“우리는 작은 교회일 뿐이다. 작지만 강하다”
사역 격려하며 내년 20번째 교회 개척 준비
12월,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 모임으로 일정들이 채워지는 달이다. ‘목양(牧羊)’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목회자들. 그 중에서도 작은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들의 올해는 어땠을까. 어떤 아쉬움이 있고, 가슴을 뛰고 뜨겁게 했던 일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작은교회연구소(소장:이재학 목사) 송년 모임에 양해를 구하고 참석했다.
12일, 안산 나무와열매교회(담임:김재건 전도사). 11시 시작 시간을 앞두고 먼저 도착한 목회자들이 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도서관을 둘러보기도 하고, 겨울철 난방, 교회 운영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교회에서 작은도서관을 하려면 별도의 출입구를 갖추어야 한다’, ‘난방 때문에 뽁뽁이를 붙여야겠다’, ‘옛날 건물이어서 전력 승압을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는 등 서로의 안부와 교회의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 우리가 교회입니다
작은교회연구소는, 작은 교회를 담임하거나 개척을 준비 중인 목회자들이 공부하는 모임이다. 개척 교회가 교회를, 목회자가 목회자를 세우는 곳. 성경적 대안, 신학적 대안, 실천적 대안을 주제로 말씀을 연구하면서, 건강한 교회를 지키기 위한 모임이다. 이렇게 시작된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졌고,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목회자들이 모여서 19번째 교회를 개척했다. 이제 20번째 교회가 세워질 차례다.
한 달에 한 번, 15~6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만남을 갖지만, 이날 송년 모임에는 10명이 참석했다. 오산에서, 부천에서, 수원에서 등 여러 지역에서 잰 발걸음을 놀렸다. 목회를 하고 있거나 개척을 준비 중인, 그리고 선교사뿐 아니라 평신도 사역자도 참석했다.
▲ 올해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사역들은 알찼다. 작지만 강한 교회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였고, 꼼꼼한 준비와 기도로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목회자들을 격려했다. |
‘우리가 교회입니다’라는 말로 서로 인사하면서 모임이 시작됐다. 그리고 한국의 모든 교회들이 잘 세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회’를 노래했다. ‘사람이 넘치기 보다 사랑이 넘치는 교회 / 섬김을 원하기 보다 섬김을 알아가는 교회 / 세상이 주목하기 보다 주님이 주목하는 교회 / 화려한 겉모습보다 중심이 주를 향한 교회 / 주님이 피로 산 아름다운 교회 서로 사랑함으로 하나 되는 교회 / 주님이 머리 되신 거룩한 교회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불과 10명의 목회자들이 불렀지만 노래는 힘찼고 따뜻했다. 작은교회연구소가 그리고 여기 참여하는 목회자들이 지향하는 교회가 바로 이런 교회이기 때문이다.
기도 제목을 나누는 시간. 모임을 여는 교회의 기도 제목으로 함께 기도한다. 나무와열매교회의 기도 제목은 ‘예수님 닮아가기’, ‘영적으로 깊이 있는 사역자 되기’, ‘OO 권사님 췌장암 치유’. 간절함이 담긴 기도 소리는 높았고, 길게 이어졌다. 서로의 교회, 목회자, 교인들을 위한 기도도 함께 했다.
# 초심-복음의 본질 붙들기 위해 노력
모임을 이끄는 이재학 목사도 연고가 없던 오산에 개척했다. ‘하늘땅교회’라는 이름이었고, 그게 벌써 6년 전. 모임 하루 전인 11일에 6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이 목사는 “올해 20여 명의 성도가 새로 왔다. 내년에는 세 번째 교회를 개척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땅교회와 이 목사는 철저하게 교회 분립을 지향한다. 교인 수가 100명을 넘으면 어김없이 교회를 분립한다. 지금까지 두 교회를 개척시켰고, 세 번째를 준비 중이라는 말을 전했다.
6년 동안 이 교회에서 어린이 사역을 담당했던 이경학 전도사는 “목회는 스스로와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자라가면서 변하는 모습들, 그리고 신앙의 모습들을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었다. 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품어야 할까’를 고민했던 이 전도사는, 어떤 이유에서건 “변하는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면서 지지하고 격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은숙 전도사(더세움교회)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아이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따돌림의 정도가 심해지면서 전학을 고민하던 아이에게 사울과 다윗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도망을 가야 하지? 여기서 이겨보자!”고 격려했다. 그러자 그 아이가 “이겨보겠다”고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이 더해지면서 그 학생은 견뎌냈다. “내가 피해자인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참 불쌍하다. 그 친구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은 관계까지 회복됐다.
이 전도사는 현재 개척 7개월째. “초심을 버리지 않으면, 복음의 본질을 놓지 않으면, 작은 교회라도 주위에 영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7개월 개척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 송년 모임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작은 교회들이 더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람이 주목하기 보다는 하나님이 주목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했다. |
부천 그교회 오치환 목사. 43살까지 직장생활을 했지만 주님의 부르심은 강했다. 2013년에 교회를 개척하고, 2014년 5월에 교회 설립 예배를 드렸다. 그교회는 아직도 지하 교회. 하지만 교회 설립 예배 때 헌금된 돈으로 네팔에 교회를 설립했다. “우리 교회가 지상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네팔에 두 번째 교회를 건축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두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구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채워주실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통장이 마이너스가 된 적이 없었고, 가난한 교회이지만 다섯 교회를 후원하고 있는 교회다.
부교역자로 있으면서 내년 3월 개척을 앞두고 있는 이준석 목사는 “교회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때로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 다르게 진행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심경을 고백하고, “성도들이 와서 쉬고 안식할 수 있는 교회를 원한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시기를 기도한다”면서 개척을 위한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 모임에서는 이제 한풀 꺾였다는 카페 교회 이야기, 그리고 일본에서 새롭게 보았던 교회의 모습, 평신도 사역자로서의 사역에 대한 소회, 개척 준비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지면서 서로의 사역을 격려하고 기도로 힘을 더했다.
오치환 목사는 말한다. “우리는 작은 교회일 뿐이다. 성도가 조금 적게 모일 뿐 개척 교회가 아니다. 개척 교회니까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작지만 강한 교회’다. 이 작은 교회들을 들어서 하나님이 사용하신다. 내년에는 또 다른 교회가 세워지기를 기도한다.”
공종은 기자 jekong@igood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