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처치(Micro church) 시대 목회자의 마음 관리’를 주제로 18일 개최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돈 목회사회학연구소장, 아담 리 펠드만(메트로 볼티모어신학대) 전병철(아신대) 교수, 이재학 작은교회연구소장. 신석현 포토그래퍼
시대적 상황에 따른 목회 환경의 다변화와 함께 목회자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작은 공동체를 목양하는 목회자들의 마음 관리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와 아크연구소(ARCC·대표 전병철 교수), 작은교회연구소(소장 이재학 목사)가 공동으로 18일 서울 강남구 사랑빛교회(한규승 목사)에서 ‘마이크로 처치(Micro church)’ 연구의 권위자 아담 리 펠드만 미국 메트로 볼티모어신학대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펠드만 교수는 2005년 볼티모어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고 사역해 온 과정에서 겪은 일화로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개척 후 10년 넘도록 지역 내 비영리 단체들과 함께 지역 사회에 녹아들 수 있는 선교적 사역을 활발하게 펼쳤습니다. 2016년 워싱턴과 볼티모어가 수해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땐 100억여원을 모금해 ‘모빌 홈’을 짓고 이재민을 돕기도 했지요. 2018.. 5월 두 번째 수해가 났을 때 무리하게 재난 구호 활동을 펼치다 갑자기 온몸이 마비되며 쓰러졌어요. 그런데 그 순간 내 몸보다는 향후 몇 주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이 휘몰아치더군요. 분노와 함께 ‘이게 뭔가’ 싶었지요. 성경공부, 상담, 기도 등 무엇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이러다간 목회는 물론 내 가족 심지어 나 자신까지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 상담 결과 제가 소방관이나 응급실 의사 같은 사람들이 마주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게 됐음을 알게 됐죠.”그는 “작은 교회를 목양하는 리더들은 공동체의 일원과 기쁨도 가까이 나누지만 상상 이상의 불편한 감정과 깊은 수준의 교제를 나눠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재정적 문제 또한 당면한다”며 “다른 영혼들을 돌보는 동안 자기 마음을 돌보지 못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펠드만 교수는 건강한 교회를 지속해나가기 위해 공동체의 일원들이 ‘교회의 리더들도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중 한 사람이라는 점’ ‘건강한 리더가 건강한 교회를 세운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실천해나가기 위해 ‘사역의 성공이란 무엇인지 재정의 할 것’ ‘필요한 쉼을 가질 것’ ‘영성 훈련을 단순화 할 것’ ‘연약함을 인정하고 용기 내어 고백할 것’ 등 네 가지 지침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사역이란 ‘교회 성장’이란 함정과 연결돼 있다”며 “교회 재정이 넉넉하게 확보되고, 내 설교를 듣는 청중이 많아지며 교회가 갖는 영향력이 커지면 어느 정도 성공한 목회자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칭찬하는 대상은 ‘교회를 크게 키운 종’이 아니라 ‘착하고 충성되게 영적 관계를 만들어나간 종’”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연약함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건 가장 어려우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강단에서의 경험을 소개했다.
“한 번은 ‘용서’를 주제로 설교하다 여섯 살 된 딸에게 너무 화가 나서 소리 질렀던 일화를 꺼냈습니다. 딸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던 일도 함께요. 예배 후 자녀를 양육하는 여러 성도들이 찾아와 한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저만 아이에게 소리치는 줄 알았는데 목사님도 그러셨군요’라고요. 연약함을 공개하면 영적인 권위가 약해질 것이라 오해하지만 오히려 공감과 신뢰를 얻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신뢰가 건강한 영적 권리를 세워주지요.”한국교회 내 목회자 자살 문제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목회자 유가족의 신앙 공동체 이탈 문제 등도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목사들의 정신 건강과 마음 돌봄에 대한 필요가 제기돼 왔다.
최근 목회 환경의 다양한 변화들로 인해 부쩍 정서적 위축을 겪는 목회자들이 많아진 것을 방증하듯 사전신청으로 이뤄진 세미나엔 50여명 정원이 빠르게 마감됐다. 진행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목회자의 정신 건강을 위해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세미나 시작 전 참가자들이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며 서로의 삶과 사역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조성돈 소장은 “마음 관리를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되는 것만으로도 목회자들에게 ‘우리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며 “한국교회에 더 많은 열린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펠드만 교수의 강연 후에는 조 소장의 진행으로 펠드만 교수, 전병철 대표, 이재학 소장이 함께 토론하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