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정서적으로 건강해야 교회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모든 사역현장에서 마음 건강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의 영성 회복을 돕고 정서적 필요를 채운다. 그러나 정작 자기 내면을 돌보지 못해 탈진에 빠져 사역을 접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독교 연구기관 ARCC(윤은성 대표)와 목회사회학연구소(조성돈 소장), 작은교회연구소(이재학 소장)가 18일 서울 서초구 사랑빛교회(한규승 목사)에서 '마이크로처치 세미나'를 개최했다.
'마이크로처치 시대의 마음관리'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미국 메트로 볼티모어 신학대 학과장인 아담 리 펠트만 교수가 주강사로 나섰다.
펠트만 교수는 한국교회 목회자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주된 요인이 목회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업무와 그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는 교회 문화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규모가 작은 교회의 경우 사역현장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혼자 감당해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재정고까지 더해진다.
실제로 작년 10월 목회데이터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목회자의 63%가 '지쳐있다'고 답했다. 이때 번아웃의 주된 이유로 소형교회의 경우 '재정 및 교인 감소'가, 대형교회는 '업무량 과다'가 꼽혔다.
펠트만 교수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다른 이들의 마음은 잘 돌보면서 막상 자신의 고통을 외면한다"며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바로 서야 한다는 걸 기억하고 마음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펠트만 교수가 목회자의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강조한 건 공동체 내 연약함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었다. 목회자는 항상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 채 '사회적 가면'을 쓰다 보면 마음이 병드는 지름길로 향할 수밖에 없다.
펠트만 교수는 "연약함을 고백하는 행위는 목회자의 권위가 약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영적 권위를 세워준다"며 "분별력을 가지고 지혜롭게 연약함을 나눌 때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목회자가 충분한 안식을 갖는 것도 마음을 돌보는 대안으로 꼽혔다. 이는 2005년 볼티모어 지역에 교회를 설립해 20년 가까이 사역한 펠트만 교수가 몸소 깨달은 결론이기도 하다.
선교형 교회를 꿈꾸던 펠트만 교수는 사역 중기에 태풍으로 인해 두 차례나 교회에 수해 피해를 입었다. 수해 복구 과정에서 그는 신앙의 침체와 정서적 결핍을 경험했다고 했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며 소방관과 응급실 의사들이 주로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을 진단받을 정도였다.
펠트만 교수는 곧장 직분을 내려놓고 사역을 쉬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는 "안식을 취한다는 건 내가 붙들고 있던 통제권을 하나님께 내어드리는 순종의 행위"라며 "눈에 보이는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적절한 쉼을 누리면서 영적 열매를 맺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조성돈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은는 "목회자들의 자살 문제가 계속해서 떠오르는 가운데 마음 건강은 한국교회에서 주목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성과 지향적인 태도로 높이 올라가는 일보다 안전하게 착륙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건강하게 마음을 보살피며 행복한 목회를 꾸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