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3-08-21 10:11

[국민일보]20230808(화) 땅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이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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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의 본질 회복하자” 브레인스토밍의 장을 열다

[다시, 희망의 교회로]
<1부> 땅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17) 오산 하늘땅교회



경기도 오산에서 사역 중인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지난달 30일 오산 하늘땅교회에서 열린 작은교회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토론하고 있다. 작은교회연구소 제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경기도 오산의 주거지역을 지나다보면 규모는 작지만 눈에 띄는 교회를 만날 수 있다. 다소 특이한 이름을 지닌 ‘하늘땅교회’(이재학 목사)다. 땅에서도 하늘을 품고 사는 교회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 들른 교회에선 이재학(51) 목사와 다른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작지만 강한, 이른바 ‘강소 교회’를 추구하는 동시에 목회 본질을 회복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일종의 연구모임이었다. 책상에는 ‘교회론’ 등 연구를 위한 수많은 참고자료들이 눈에 와닿았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진지하게 자신의 견해를 공유하고 의견을 경청했다.

이 목사는 14년 전 교회를 개척할 때부터 일명 ‘작은교회연구소’를 세웠다. 매월 교파를 초월해 지역에서 사역 중인 목회자들과 함께 성경적 신학적 실천적 방안들을 나누고 있다. 지금까지 이 모임을 거쳐간 목회자들만 300여 명에 달한다.

이 목사는 “단순히 친목 모임을 떠나 어떻게 하면 복음과 성령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목회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전도할 수 있을지 등을 ‘브레인스토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작정 목회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면밀하게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임에서 도출된 여러 방안들, 즉 주변 이웃들과의 나눔이나 연합사역, 또는 다음세대관련 사역 방안 등은 실제 목회 현장에 적용해 열매를 맺기도 한다고 이 목사는 설명했다.

본질·연합·이웃 섬김

이 목사의 핵심 목회관은 ‘본질·연합·이웃 섬김’으로 요약된다. 작은교회연구소는 이같은 가치를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우선 본질적인 측면에서 그는 오래 전부터 교회가 겉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사람이나 돈이나 건물로 시작한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사역, 삶, 십자가, 부활을 경험했던 120명의 사람들은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렸습니다. 이곳에 오순절 성령이 임하면서 예수 정신, 예수 신앙을 찾는 사람들을 통해 처음 교회가 시작됐습니다. 교회의 태동이 이러한데, 오늘날 교회는 예수는 온데간데 없이 세상 자랑으로만 가득차 있습니다.”

이같은 인식이 그를 ‘본질 목회’의 길로 이끌었다. 세상적인 것들을 지양하고 초대 교회의 모습을 지향하자는 취지다.

작은교회연구소 소속 회원 목회자들이 2019년 개최한 연합체육대회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작은교회연구소 제공

이 목사는 또 연합으로 대변되는 ‘신앙공동체’를 이루고자 힘을 쏟고 있다. 오늘날 교회의 위기는 공동체성의 약화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날이 갈수록 교회가 조직화 대형화 관료화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커지는 교회 규모와 반비례해 그 안에 있는 수많은 교인들은 ‘지체(팔다리와 몸)’라는 유기체성을 잃어버리고 있어요. 교회를 다니면서 기능적인 역할을 뛰어넘어 공동체를 기반으로 교회와 신앙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것들을 깨닫지 못하는 교인들이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고 교회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에 이 목사는 교회 안에서 공동체 나눔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만들고 있다.

낮은 자세로 주변 이웃들을 섬기는 것도 이 목사가 중시하는 부분이다.

“교회는 더욱 낮은 자리로 내려가 주님을 따라가는 제자공동체가 되기를 꿈꿉니다. 이를 위해 말씀과 교육, 나눔과 섬김을 균형있게 실천하고자 합니다.” 하늘땅교회 ‘주손발봉사단’은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장애인과 노인사역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십리프로젝트’를 기획해 하늘땅교회를 중심으로 인근 4㎞ 이내에 있는 이웃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론·실천 겸비한 사역 추구

이 목사는 목회와 관련된 연구 지평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주제에 기반한 글을 꾸준히 쓰면서 이론과 실천이 충실히 병행되는 목회를 지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목회자 이중직과 건강한 분리개척을 주제로 한 글을 썼습니다. 지금은 건강한 리더십 교체에 대한 글도 쓰고 있어요. 새로운 교회가 개척되는 것 이상으로 리더십 변화를 통해 현재까지 십자가의 불을 밝히고 기도가 계속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목회자의 은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작은교회연구소가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세미나를 통해 공유될 것입니다.”

오산=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