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한 해 동안의
감사를 나눔으로 표현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교회들은 추수감사절인 18일 전후
국내 소외계층에게 쌀이나 과일, 월동
용품을 전하는 한편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등 해외에도 구호물품을 보내며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되새긴다.
서울 등촌동 등촌제일교회(강의구 목사)는 추수감사절과 교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독거노인이나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에 생필품을 담은 ‘나눔
상자’을 전달한다. 이 교회는 18일까지 교인들로부터 모은 라면, 김치, 휴지, 이불 등으로 100여개의 상자를 만들어
다음달 둘째 주에 인근 지역의 소외 이웃에게 전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들 대부분이 겨울철 에너지 취약 계층임을 감안해 등유나 연탄을 살 수
있도록 난방비도 지원한다. 교회 측은 “교회 청년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봉사하는 중증장애인
시설이
비인가시설이라 난방비도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한 편임을 최근 알게 됐다”며 “추수감사절에 감사를 나누기 위해 이곳에
리모델링과 난방비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수감사 헌물로 감사의 신앙고백을 하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의선교회(이명동
목사)는 추수감사절을 기념해 모은 과일 15상자를 지난달 30일 문촌사회
복지회관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의선교회는 매년 추수감사절마다 전 교인이 과일 한 개와 감사제목을 적은
‘감사 카드’를 준비한다. 소외 이웃에게 전할 과일과 ‘감사 나무’에 매달 카드를 모으기 위해서다. 모인 과일은 지역의
복지시설에 전달하고 교인들의 감사 카드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나무에 달아 한 달간 예배당 입구에
세워둔다.
추수감사절에 모은 헌금을 모두 구제에 사용하는 교회도 있다. 서울 도봉동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와 경기도
성남시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는 매년 추수감사주일에 모은 헌금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구제와 재난 구호에 전액
지원한다.
서울광염교회는 이번 달부터 18일까지
전국 복지시설과 교회로부터 해외 난민촌과 빈민가까지 모든 곳을 대상으로 구제 계획서를 모집한다. 이렇게 모인 계획서가
20여건에 달한다. 교회는 이를 바탕으로 이달 넷째 주쯤 추수감사절 헌금을 모두 구제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이 교회가 추수감사절
헌금을 모으기 전 구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절기 헌금을 모두 구제비로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선한목자교회도 마찬가지다.
이 교회는 2010년부터 추수감사절 헌금 전액을 성남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키로 결정했다.
작년부터는 교회 내 재난구호단을
만들어 성도 90여명이 소외 이웃들의 집
수리 봉사에 나섰고 교회에서 비혼모를 돌보는 봉사도 시작했다. 또 지역 내 노숙인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편부모가정 아이들에게
도서를
보급하는
특성화 교회 2곳을 세우기도 했다. 선한목자교회 관계자는 “추수감사절의 의미가 한 해 동안 받은 감사를 이웃에게 전하는 데
있으므로 재작년부터 지역 봉사와 재난 구호에 절기 헌금을 모두 사용키로 했다”며 “앞으로 추수감사주일마다 1년간 교회가 펼친 봉사·구제를
성도들에게 알려 더 많은 동참을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봉사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경기도 오산시
하늘땅교회(이재학 목사)는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17일 성도 20여명이 지역 요양원의 어르신을 방문해 목욕과 청소 봉사를 펼친다.
겨자씨선교회(김원균 목사)도 추수감사절과 선교회 창립34주년을 기념해 분당우리교회 성가대 60여명과 함께 다음달 1일 서울소년원에서 원생들을
위한 찬양예배를 준비 중이다.
추수감사절 예배에 특별한 의미를 담은 교회도 있다. 새터민이 주로 출석하는 서울 신정동
새터교회(강철호 목사)는 2004년부터 매해 추수감사절마다 교인들이 준비한 과일과 채소로 감사제단을 쌓고 이를 주변 이웃과 성도들이 나눠
가진다. 여타 교회와 비슷한 추수감사절 풍경 같지만 새터민에겐 남다른 의미가 담긴 행사다. 풍요가 아닌 고난을 기억하는 감사이기 때문이다. 강
목사는 “미국 청교도처럼 새터민도 자유를 위해 고향을 떠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렇기에 새터민에게 추수감사절은 특별하다. 중국 등지에서
고생하는 탈북자도 많은데 무사히 한국에 도착한 것 자체가 감사의 제목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노숙인 공동체인 밥사랑열린공동체 박희돈
목사도 추수감사절을 맞아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박 목사는 17일 저녁 배식 이후 노숙인들이 생활수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발표를 맡은 노숙인들은
박 목사와 공동체를 만나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나눌 계획이다. 박 목사는 “10년을 함께 지내니 이제 노숙인들이 마음을 열었다. 이젠
마음 속 이야기를 가족처럼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준비했다”며 “먹고 생활하는 게 일반인보다 부족한 노숙인들이지만 이들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어떻게 감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