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책의 저자인 이재학 목사는 성경을 읽고 신학서적을 읽으면서 교회가 무엇인지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교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위의 답변처럼 충분히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저자는 <우리는 날마다 교회가 무엇인지 묻는다>라고 책 제목을 지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교회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기서 안다는 것은 단지 지적인 앎이 아니라 경험적인 앎이다. 교회를 사랑하고 세우면서 알게 된 ‘치열한 몸부림’에서 나온 앎이다. 

 

예전에 필자가 속한 교회 담임 목사가 <교회의 꿈>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한평생 야구를 하고 살아온 김인식 감독에게 “야구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아마도 한참을 생각한 뒤 대답할 거라고 말씀했다. 야구를 몰라서가 아니라 정말 잘 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바울이 에베소서 1장 23절에서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이니라.”라고 말했을 때도 이 고백은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고백이었을 거라고 말씀했다. 왜냐하면 바울은 교회를 위해서 자기 삶을 뼛속까지 고아내 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교회에 관해 정의를 잠시 유보하고, 교회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저자가 교회가 어떤 공동체인지 아예 정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저자는 교회는 부름받은 예배 공동체이고, 세움받은 교육 공동체이며, 보냄받은 선교 공동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교회론은 단지 개념적 정의로만 그치는 교회론이 아니다. 오산 지역에서 치열하게 몸부림치며 교회를 세웠기에 현장을 담아내는 교회론이다. 하여, 저자가 말하는 교회론은 관념적인 교회론이 아니라, 책의 부제처럼 ‘말씀이 실제가 되는 교회론’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저자가 섬기는 ‘하늘땅교회’를 소개해보라고 하면 뭐라고 소개할까? 우선, ‘기본에 충실한 교회’라고 소개하고 싶다. 하늘땅교회는 1년에 두 차례 전 교인 릴레이 금식 기도회를 한다고 한다. 부활절 전 40일과 성탄절 전 40일간 공동체가 함께 금식 기도하며 서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또한 밤 10시에 ‘열시 기도회’를 하며 하나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아울러 목사님은 매달 셋째 주에 성경 꿰뚫어 읽기를 하며 성경 전체의 이야기를 개괄적으로 나누고 성도들로 하여금 성경을 읽도록 돕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심방을 통해 성도들의 형편을 살피고 마음을 나눈다. 사실 기도와 말씀, 그리고 목회자의 심방은 너무나 기본적인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님은 영혼을 살리는 데 있어서 프로그램보다 기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기본에 집중한다. 

 

둘째, ‘목회자와 성도의 헌신이 있는 교회’라고 소개하고 싶다. 저자는 오산 지역에서 말 그대로 ‘생개척’을 했다. 성도들이 없는 상황에서 목사로서 무엇을 했을까? 우선은 지역의 아이들과 축구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친해지게 되었고, 나중에 그 아이들이 교회의 성도가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어마어마한 액수로 빚을 지면서까지 그 아이들을 돌보았다고 한다. 이 교회 성도들의 헌신 또한 대단하다. 매번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하고, 교회 주변 지역 사회를 청소하며,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본다. 특정한 소수가 섬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섬기는 ‘몸으로 헌신된 교회’이다. 

 

셋째, ‘교회당 문턱은 낮추고 교회 문턱은 높인 교회’라고 소개하고 싶다. 저자는 초대교회가 세례를 주기 위해서 적어도 3-5년은 교육을 시행했다고 하며, 하늘땅교회에서는 결코 가볍게 세례를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말로 회심을 경험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갈 것을 확인하고 세례를 베푼다고 말한다. 직분자를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직분자를 많이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직분자다운 직분자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기에 본이 되는 이를 직분자로 세운다. 이런 점에서 하늘땅교회는 교회 문턱이 높다. 이렇게 세례와 직분에 대한 기준이 높지만, 교회당 문턱은 낮다. 저자는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한 성도를 어떻게 대하는가? 늦더라도 예배에 오기만 하면 그렇게 예쁘고 모든 것을 다 품어 줄 마음이 있지 않았던가? 그가 무엇을 잘 못해도 교회가 대신 책임지고 지체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 가던 때가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며, 어린 영혼을 향한 주님의 너른 마음을 가지자고 말한다.

 

넷째, ‘하나님나라를 지향하는 교회’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은 ‘달란트 나눔 잔치’였다. 많은 교회에서 아이들의 신앙을 성장시키기 위해 종교적인 행위를 열심히 하면 달란트를 주는데 본의 아니게 이런 달란트 잔치가 세상에서 말하는 경쟁에서 이긴 자에게만 상 주는 잔치로 전락될 위험이 있다. 그런데 하늘땅교회에서 하는 달란트 나눔 잔치는 남녀노소가 아이들의 섬김을 통해 점심을 나누고, 아이들은 자기가 모은 달란트로 다른 사람을 섬기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한다. 아울러, 하늘땅교회는 교회의 건강성을 위해 ‘분리 개척’을 한다. 함께 동역하는 목회자들이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교회연구소’를 통해서, 많은 개척교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교회주의를 넘어 하나님나라를 위해 상생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나라를 지향하는 모습이 아닐까?

 

끝으로, ‘선교적 삶(Life as Mission)을 실천하는 교회’라고 소개하고 싶다. 저자는 나부터 시작하는 선교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단기 선교를 많이 가도 진정한 선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성령을 받았다는 것은 일상을 도피해서 종교적 행위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 그리고 일터에서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을 감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별히 마을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이웃 속에 들어가 함께 살아가자고 도전한다. 실제로 하늘땅교회의 이웃 주민들은 이 교회의 선교적 삶을 통해 행복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