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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9 22:43

[크로스로 작은교회 이야기] 2016128(월) 지금 돌아보니, 역시 교회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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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보니, 역시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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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누군가 했더니, 첫 집사 직분을 받으신 사랑하는 성도님이십니다. 제게는 어머니 같으신 집사님이신데, 한밤중에 몸살이 단단히 나셨는지, 말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그냥 남은 힘 다해 전화 주셨습니다. 자정이 다 되었지만 기도하고 나니 안심이 놓입니다. 그래도 한 시간 뒤에 다시 상황을 문자로 주시기로 약속하셔서, 전화 끊고 계속 회복되기를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집사님의 손녀딸이 문자를 주었습니다. “목사님, 할머니가 목사님 기도 받으시고 잠이 들었어요. 기다리실까봐 제가 문자드려요.” 사실, 그냥 성도님이 아니라 나의 가족이기에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교회에 나오신지, 몇 년 되어 성경공부를 하시는 권찰님이 제게 묻습니다.

“목사님, 저는 하늘땅교회가 진짜 교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습니다. 권찰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주님이 세우신 교회니까, 작지만 강하지요.” 개척하고 6주년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고 나누고, 교육하며, 함께 만들어온 시간입니다.

 

주일 점심을 먹고 식구들이 두런두런 앉아 열심히 무엇인가를 합니다.

가만히 보니, 아이들은 따로 놀고 있습니다. 곧 있을 김장을 위해 마늘을 까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들도 함께 하자고 초대하니, 어른들이 아이들은 그냥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마늘 까는 일이, 세상 일이 아니라 교회를 배우는 시간이니까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교인들은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아십니다. 실수를 하고, 일이 서툴러도 몸으로 함께 배우며, 지체되어 섬기는 교회,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교회를 일찍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어른들이 되어야 한다고 했기에, 아이들을 초대하여 함께 하니 쉽습니다. “애들아, 너희 잘 못해도 이렇게 함께 하니까 좋구나!”, 청소년교회 회장 지현이가 말합니다. “목사님, 저희 어리지 않아요. 점심에 먹는 컵은 저희가 돌아가면서 닦기로 했어요. 저희도 이젠 받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우리 안지현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교회를 찾고 있습니다.

주님이 세우셨던 교회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이 교회를 다닙니다. 모두가 사랑을 꿈꾸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다만 조직이나 시스템으로 좀 더 불편함이 없는 교회를 꿈꿉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교회 안에 서로가 교회되어야 나눌 수 있는 신앙이야기를 놓치고 삽니다. 사실 교회를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스스로 가족의 한계를 두려워 하기에,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정말 우리는 교회를 찾아가길 소망합니다. 아니, 찾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왜 나 자신이 교회인데, 그것만으로 우리는 부족하고 허전함을 느끼는 것일까요? 사실, 교회는 ‘내’가 교회이지만 ‘우리’라는 공동체가 또 하나의 교회입니다. 그래서 모이고, 그래서 한 날, 한 시에 한 곳에 모여 예배합니다. 모인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참아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교회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 더 이상 불편함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자발적인 신앙으로 사람을 대하고, 교회의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일이 되도록 살아갑니다.

 

사도 바울은 ‘나의 하나님’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주 하나님’이라는 공동체의 고백을 드립니다. 나의 하나님의 신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분명해야 믿음이 생깁니다. 그러나 우리가 교회를 이해하고 교회가 되면, 우리는 ‘우리 하나님’을 고백합니다. 결국 문제와 이해의 충돌 앞에서 우리가 함께 고백했던 ‘우리 하나님’을 떠올리며, 더 단단한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됩니다.

 

우리는 ‘나의 하나님’만 자랑하고 고집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한 교회에서 두 예배를 드리는 일들이 메스컴에 보도됩니다.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더 가슴 아픈 것은 서로 다투는 우리의 모습을 치유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교회에 있어야 하는 평화는 그냥 눈을 감아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향해 대가를 치러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교회의 영광과 참된 교회를 꿈꿉니다. 그러나 아무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화목제가 되어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화평을 주셨습니다. 이것이 대가를 지불해야 얻는 평화입니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교회를 향해 대가를 치러내고 있습니까?

만들어진 교회는 없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교회만 있습니다. 참된 교회를 세워가기 위해 기꺼이, 지금 머문 자리에서 대가를 지불하는 삶을 택한 성도들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교회, 같이 아파하고 같이 눈물 흘립니다. 아프신 집사님 가정에 평화가 임하길 기다리며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하나입니다.

 

대강절(Advent), 나의 간절한 바람은 주님의 오심이 조국교회의 회복이길, 누군가를 향해 기꺼이 화목제가 되어 주신 주님을 따라가는 우리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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